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 그 순간 이상하게 초조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 감정에 두 번이나 속아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고, 두 번 모두 손실을 봤습니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을 겁니다.

비이성적 과열, 시장은 왜 이렇게 요동치는가
2008년, 저는 브릭스(BRICs)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브릭스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고성장 신흥국을 묶어 부르는 표현으로, 당시 이들 국가의 고도성장을 기대한 투자 상품이 시장에 넘쳐났습니다. 뉴스마다 브릭스 얘기가 나왔고, 직장 초년생이었던 저도 그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결과는 -50% 가까운 손실이었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시점과 정확히 겹쳤습니다.
이 경험을 나중에 책을 통해 돌아보니, 제가 겪은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여기서 비이성적 과열이란 자산의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 기대심리와 군중 심리만으로 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1981년 논문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18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 주식 가격 및 배당금 데이터를 분석해 충격적인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실러의 핵심 주장은 간단합니다. 주식의 적정 가격은 미래에 받을 배당금의 현재 가치(Present Value)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치란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시점으로 환산했을 때의 금액을 뜻합니다. 그런데 실러가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배당금의 현재 가치는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인 반면, 실제 주식 가격은 그 몇 배에 달하는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시장이 경제적 실체보다 훨씬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평균회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실러의 연구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바로 평균회귀(Mean Reversion)입니다. 평균회귀란 자산 가격이 장기적으로는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아무리 깊이 떨어져도 결국은 평균 근처로 수렴한다는 원리입니다.
저도 2021년에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직장 동료가 수익 화면을 보여줬고, 저는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기업 앤디포스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결과는 -30% 손실이었습니다. 당시를 돌아보면 그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라는 일시적 특수에 기대고 있었는데, 저는 그걸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착각했습니다. 평균회귀의 원리를 알았더라면 적어도 "이 가격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은 먼저 던졌을 겁니다.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PER(주가수익비율)이 있습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가가 기업 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미국 S&P 500 지수의 장기 평균 PER은 약 15~17배 수준인데, 역사적으로 이 수치가 30배를 넘어서는 시기마다 이후 시장 조정이 뒤따른 경우가 많았습니다(출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CAPE 데이터). 가격이 역사적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수록 언젠가 되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금 내가 투자하려는 시장이 과열 상태인지 확인할 때 점검해 볼 신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변 투자 비전문가들이 너도나도 진입하고 있는 경우
- PE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한 경우
- 특정 섹터나 종목에 대한 미디어 노출이 급격히 늘어난 경우
- 단기 수익 사례가 주변에서 빈번하게 공유되는 경우
금리, 투자 시장을 움직이는 중력
두 번의 손실을 겪고 나서 저는 처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한 개념이 금리와 자산 가격의 관계였습니다. 금리는 투자 시장에서 중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의 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채권의 매력이 줄어들면서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흘러들어옵니다.
할인율(Discount Rate)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이어집니다. 할인율이란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도 높아지고, 그 결과 같은 배당금이라도 현재 가치는 낮아집니다. 즉,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주식의 이론적 적정 가격 자체가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왜 금리 인상 때 주가가 떨어지는가"가 납득됐습니다. 그냥 뉴스를 보면서 "금리 오르면 주가 하락"이라고 외우는 것과,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투자 결정의 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워런 버핏도 금리를 두고 "자산 가격 평가에서 중력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출처: Berkshire Hathaway 주주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방향성이 주식 시장의 장기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야성적 충동, 그리고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
케인스가 쓴 표현 중에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야성적 충동이란 논리나 계산이 아니라 낙관이나 공포 같은 감정적 충동이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러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변덕스러운 태도 변화를 설명할 때 이 표현을 직접 빌려왔습니다.
저는 2008년에도, 2021년에도 야성적 충동에 끌려갔습니다. 첫 번째는 "나도 얼른 들어가야 해"라는 조바심이었고, 두 번째는 "이번엔 꼭 만회해야지"라는 오기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 감정 모두 논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4년 동안 대형 우량주 위주로 꾸준히 투자한 결과, 잃었던 금액보다 수익이 커진 것은 방법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걷어내는 연습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을 통해 돈을 벌려는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점은 학술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 지금 이 투자 결정이 정보에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조바심인가.
- 내가 투자하려는 자산의 현재 가격이 역사적 평균 대비 어느 수준에 있는가.
- 현재 금리 방향성은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인가, 불리한 환경인가.
과열 신호를 보이는 시장일수록 진입보다 관망이 손실을 막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 크게 잃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뉴스나 주변 분위기에 흔들리는 일이 훨씬 줄었습니다. 투자에서 독서와 지식이 필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투자 시작을 고민 중이라면, 진입 전에 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과 금리 방향을 먼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리처드 탈러,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