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꽤 오랫동안 제가 주식을 꽤 잘 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르는 종목을 보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는 결과를 보고 이유를 붙이고 있었던 겁니다. 이게 바로 사후 확증편향(Hindsight Bias)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뇌는 왜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가
사후 확증편향(Hindsight Bias)이란 어떤 사건이 끝난 뒤, 마치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기억과 판단이 왜곡되는 인지 편향입니다. 쉽게 말해, 결과를 먼저 확인한 뒤 "나는 알고 있었다"라고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제 아내가 딱 이 경우입니다. 연예인 관련 뉴스가 터질 때마다 "처음부터 인상이 이상했어, 저럴 줄 알았다니까"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그럼 앞으로 저럴 것 같은 사람 미리 얘기해 봐." 그러면 아내는 말을 얼버무립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미래는 모르고, 과거만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는 금융권 전반이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된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하는데, 이 대출이 연쇄 부실로 이어지며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흔들었습니다. 위기가 터지고 나자 수많은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나는 이게 올 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이 실제로 매도 포지션을 잡거나 자산을 현금화했다는 기록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과를 보고 나서야 이유를 꿰맞춘 것입니다.
인지 편향(Cognitive Bias) 연구에서는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인지 편향이란 인간의 판단과 기억이 체계적으로 오류를 일으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사후 확증편향이 반복되는 주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결과를 알고 나면 뇌가 그 결과와 일치하는 기억만 선택적으로 강화합니다.
- 틀린 예측은 기억에서 자동으로 희미해지고, 맞춘 예측만 또렷하게 남습니다.
-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려는 자기 합리화 욕구가 왜곡을 가속화합니다.
- 결과 중심적 사고가 과정의 불확실성을 지워버립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분야에서는 이 편향이 단순한 착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에 반기를 들고, 심리적 요인이 경제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결과를 먼저 알게 되었을 때 그 이전의 불확실성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노벨위원회).
주식투자와 일상에서 이 편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제가 직접 겪어보니, 주식 커뮤니티만큼 사후 확증편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없습니다. 어떤 종목이 30% 급등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나타나 "내가 사라고 했잖아"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추천했던 종목이 수십 개라는 사실, 그중 절반 이상은 조용히 하락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르는 종목을 보면 "이 섹터가 강했으니 당연한 거지"라고 했고, 내리는 종목은 "금리 인상 이슈가 있었잖아"라고 사후에 이유를 붙였습니다. 심지어 그 내리던 종목이 다시 반등하면 또 다른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제 분석이 아니라 결과에 끌려다니는 합리화였던 겁니다.
워런 버핏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짚은 말을 남겼습니다. "백미러로 보면 모든 것이 선명하지만, 앞 유리창은 뿌옇게 보인다." 지난 일은 그럴 줄 알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강세장(Bull Market)에서는 상승해야 할 이유만 눈에 들어오고, 약세장(Bear Market)이 오고 나서야 이미 존재했던 위험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강세장이란 시장 전반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을, 약세장이란 반대로 하락이 지속되는 국면을 의미합니다.
이 편향을 줄이기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판단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당시 가용한 정보만으로 의사결정을 기록해 두십시오. 사후에 기억이 뒤바뀌는 것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어떤 결과든 "이 결과가 아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시나리오"를 함께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 성공한 결과만이 아니라 실패한 결과도 같은 비중으로 복기하십시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 이 편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이란 사용자의 과거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 노출시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내가 특정 시각의 경제 분석 영상을 즐겨보면, 그 시각을 강화하는 콘텐츠만 계속 피드에 올라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 하나의 시각만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자료에 따르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알고리즘의 결합은 개인의 정보 편식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출처: KAIST 미래전략대학원).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기존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으로, 사후 확증편향과 맞물리면 판단 오류가 더욱 깊어집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도 이 관점이 도움이 됩니다. 직장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마주칠 때,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그 사람도 자신이 겪은 과거 경험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현재를 판단하고 있다고요. 내 눈에는 이해 안 되는 선택이, 그 사람의 과거 기억 체계 안에서는 완전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관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걸, 제 경험상 꽤 늦게 배웠습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미래는 단 하나의 경로가 아니라 수백 개의 가능성 중 하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결과를 알고 나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지 반응이지만, 그 반응이 다음 판단까지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행동경제학을 조금씩 공부하면서 제 생각의 오류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게 제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82%AC%ED%9B%84%20%ED%99%95%EC%A6%9D%ED%8E%B8%ED%96%A5
https://www.nobelprize.org/prizes/economic-sciences/2002/kahneman/facts/
https://futures.kaist.ac.kr